공무원 시험 포기 후 2년```여전히 아픈 걸 어떻게 극복해야 하죠
2024.06.08 비공개 조회 375

20년도 11월부터 22년도 2월까지, 직업상담직 공무원을 준비한 사람입니다.

처음 준비했을 때, 대학교 4학년으로서 졸업을 앞두고 있었어요.

그 때는 정말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었어요.

한 때 작가라는 꿈을 이루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그 꿈을 포기했는데요.

그때 꿈 잃은 아픔이 너무 컸어요.

그래서 사람들의 꿈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에, 대학교 3학년 때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그리고 직업상담직 공무원이 돼 그 소망을 이루고 싶었죠.

그런데 첫 술에 배부른 법은 없어서, 5개월 준비했다고 5점 차이로 떨어졌습니다.

보통 이 상황이라면 다시 도전해 보라고 하죠.

저도 그러고 싶었지만 집에서 반대했어요.

아버지가 기저질환자라 일을 못 하시는데, 너는 무능한 주제에 공무원 시험으로 도망치려는 거냐고.

그렇지만 제 성적을 본 친척들이 제 편을 들어주셨고, 결국 재도전을 했는데요.

문제는 코로나 때라 도서관도 문을 닫았습니다.

거기다 우리 집은 여름이면 불가마, 겨울이면 냉골이고, 컴퓨터가 거실에 있는 원룸 옥탑방이었죠.

곰팡이도 많아 싱크대 위로 찬장이 떨어졌을 정도니까요.

그런 환경이니 학원 다니는 건 꿈도 꿀 수 없었고, 교재비, 강의 수강 비용은 제 몫이었어요.

다행히 교재비는 문화누리카드로 해결했고요.

강의 수강도, 블로그 포스팅을 꾸준히 해 주는 조건으로 수강권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시험이 다가올수록 불안해졌는데요.

설상가상 아버지는 제게 폭언을 하셨습니다.

"덜 떨어지는 대학교 들어가서 학점 4점대도 못 맞은 주제에 무슨 공무원이야! 네가 4점대 받았으면 교수님들이 취업 시켜 준다. 무능한 주제에 공무원 시험으로 도망치려 하는 놈!"

아버지는 운전 중에도 조수석에 있는 제게 폭언을 하셨죠.

그 폭언을 녹음한 게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그 때 싸우기라도 했으면 나았을 건데, 이미 폭언 들은 지 10년이 넘은 상태라 말도 못 했어요.

그게 병이 됐는지 하루는 갑갑하단 느낌에 공부하다 입을 때리듯 틀어 막았습니다.

그 때 뭔가 잘못 된 걸 깨달았지만 너무 늦었더군요.

하루 10시간 공부해야 합격한다는데 하루 5시간도 공부를 못 했습니다.

당연히 집에서는 신선놀음하냐, 집중 안 하냐며 난리가 났고요.

그래서 결국 아버지 손에 의해 공무원 책이 찢어졌습니다.

그 날이 제가 공무원 시험을 포기한 날이 됐어요.

어차피 컨디션도 안 좋았으니 두 번째 시험을 봤어도 떨어졌을 거라 생각하면서 공무원 시험을 접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네요.

지금은 어떻게 지내냐고요?

비육지탄, 의미 없이 하루하루 보내는 백수입니다.

물론 2년 동안 아무 일도 안 한 건 절대 아닙니다.

일단 직업상담 실무 양성과정을 들은 다음 학원에서 직업상담사로 일했는데요.

상담하지는 못 하고 이력서 첨삭만 해줬어요.

그마저도 엑셀 못 한다는 이유로 수습기간도 못 버티고 잘렸죠.

그 뒤 대기업 파견직 들어갔지만 엑셀 자료 실수로 날리는 바람에 역시 수습기간 못 버티고 잘렸어요.

생각해 보면 10년 넘게 사람 눈 못 마주치는 인간이 제대로 직장생활 할 수 없겠죠.

손도 느려서 공장, 물류 일도 하루만에 잘렸습니다.

그래도 가장 노릇 하겠다고 행사장 단기 알바를 했어요.

진행요원으로서 시키는 일만 하면 되니 마음은 편하더군요.

그렇지만 그게 가난을 벗어나게 해 주지 못 했습니다.

그 때문에 상황은 더 극단적으로 치달았어요.

도박에 빠지신 아버지가 제가 그나마 모은 돈도 다 뺏어가더니 같이 죽자고 협박했거든요.

결국 통장에 10000원만 있다는 걸 알고도 집을 나왔어요

그렇게 집을 나온 지 반 년이 됐네요.

그동안 한 건 정신과 치료 받는 거랑, 컴활 2급 자격증 딴 것.

그리고 10년 넘게 못 했던, 사람 눈 보고 대화하는 게 지금은 자연스레 되네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생겨서 안정 찾기까지도 참 오래 걸렸습니다.

그러던 중 이 말을 들었어요.

"공부머리도 있는데 공무원 시험 다시 준비해 보는 건 어때요?"

```그 말에 왜 이리 아픈지 모르겠어요.

지금 제 경력 자체가 행사장 단기 알바 전전한 거 말고는 딱히 없습니다.

나이도 27살인 여자라 더 약점이죠.

그걸 알기에 파견직 취업이라도 열심히 알아보는데 막상 공무원 시험 다시 준비해 보란 그 말에!

예전에 공부하면서 아팠던 기억이 스쳐 지나가더군요.

근데 웃긴 건 그 와중에 공무원 시험 정보를 찾아보고 있어요.

진짜 공무원 시험 사이트에 들어가 봤을 정도로.

제가 전공은 교정학이고, 형법과 형사소송법도 배웠고, 직업상담사 자격증도 있어서 국가직은 준비할 수 있는 직렬이 몇 개 되거든요.

토익도 만료되긴 했지만 815점이었고.

하```진짜 저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학원 다닐 수 없는 환경이고, 책값도 없고, 강의 수강료도 없는 건 똑같은데.

현실을 생각하면 그냥 계약직이나 파견직 중 적당한 곳 가서 경력 쌓는 게 맞는 건데.

공무원 시험 합격한다는 장담도 없는데.

미련이 남은 걸까요.

아니면 뭣 때문에 이리도 아픈지.


이 아픔을 어떻게 극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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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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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1개
k_2*********님의 답변입니다.
평민 채택 1 2024-06-09 00:52
답변왕

너무 젊으신데 상처가 많네요. 부모님이 도움을 주면 좋겠지만, 그보다 더 못한 환경도 많습니다. 부모님도 상처가 많으신분 같네요. 생활비가 필요하니 공부만 할수있는 환경은 아니네요. 직상2급, 컴활2급.토익815점이면 공부머리는 있는것 같네요. 직상2급도 쉬운 시험아닌데 붙으셨고, 직업상담직에 가산점도 혜택은 받을수 있겠네요. 보통 대학나오면 그정도 자격은 다 갖추고있어요. 자신감을 회복하는게 중요한것 같습니다. 직장다니면서 생활비는 벌면서. 시간을 길게 1년이상 가지고 직장생활과 공부를 병행하세요. 원래 공무원시험이 1점차이로 떨어지고, 상대평가이다보니, 좀더 하면 될것 같아 쉽게 못놓지요. 그냥 미련이 있는것이니 해보고 후회하세요. 직장다니면서 6개월안에 합격은 못하지만, 일하면서 1년 독하게 공부하면 될수있을 가능성도 있구요. 40이전에만 되어도 해볼만한 시험이예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