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는 분들을 위한 응원 feat. 40대 2관왕
2022.11.30 비공개 조회 2,637

2004년 12월 1일, 대학교를 졸업하기 직전 취업에 성공했다.

가장 가고 싶은, 가장 원하는 직업이 아닌..

당시의 취업난을 반영하듯이 난 가장 빠르게 합격한 회사를 골랐다.


10여개의 회사에 노크를 했고, 일부는 떨어졌고, 일부는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또한 일부는 아직 지원하지 못한 채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난 우리 과 2004년 졸업반 학생 중 가장 빠르게 합격한 사람이기도 했다.


나의 의지와 크게 관련은 없었지만, 취업에 성공한 나는 누구보다 더 열정을 보였다.

신입사원 연수를 받는 약 10일 동안, 1등! 1등!을 외치며 이를 악물었다.

입사 첫 해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냈고,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수 많은 상금을 독차지하기도 했다.


그런 나의 의욕과 열정이 오히려 독이 되었던 것 같다.

상사들은 나의 승부욕을 자극해서 좋은 성과를 얻었고, 반면 내가 약속받았던.. 보상들은 다음 기회로 자꾸만 밀리고 있었다.

내가 바보였지.. 그 곳에서 만 12년, 같은 팀으로만 만 12년... 그 중에 같은 팀장님과 11년...

매일을 투쟁하면서 출근했고.. 어느 날 한계에 닿은 나는 사표를 내게 되었다.


2016년 12월 22일, 한여름 소나기처럼 비가 내리는 동짓날이었다.

우리 부모님과 고모, 작은아버지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의 첫 사업을 시작했다.

대림동 외진 골목에서 시작한 핸드폰 매장.


선무당이 사람잡는다 했는데, 난 잠깐 배운 기술로 매장을 열었다.

개업식을 하기 전까지.. 정말로 단 한 명의 손님도 매장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절망스러웠고 무서웠다.

개업식 아침.. 문을 열고 개업을 준비하는데, 드디어 첫 손님이 들어왔고..

첫 손님부터 물꼬를 트면서 나의 사업은 아주 성공적인 시작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몇 일 지나지 않아, 중국과의 사드 문제가 발생하고 대림동에 살고 있던 나의 고객들은 하나 둘 중국으로 돌아가는 일이 발생했다.

그렇게 약 4개월... "아 사업은 이렇게 망하는 거구나."라고 슬퍼하는 중, 갤럭시 S8이 출시되었고 지인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이 날 이후로.. 승승장구.. 직장 잘 다니던 와이프도 그만두고 함께 사업에 매달리면서 우리 사업은 더욱 더 번창하게 되었다.


매장의 폭발적인 실적을 옆에서 지켜보던 영업사원은 우리 가게를 인수하고 싶어했고,

때마침 첫 직장과 연관이 있던 분의 제안이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조건을 제시받고, 매장도 아주 순조롭게 넘길 수 있었다.


다시 첫 업계로 복귀하면서 많은 환영과 경계를 온 몸으로 받을 수 있었다.

함께 일했던 선배, 동료, 후배들이 있던 업계였고, 2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무사히 자리를 잡았다.


새로운 사장님의 제안과 달리 내 영역으로 영업을 했고, 오히려 사장님은 더욱 좋아하셨다.

사장님이 생각치 않았던 거래처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었다.

새로운 직장에서 난 아주 큰 꿈을 그려볼 수 있었지만, 2020년 2월 코로나가 전세계에 창궐하면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휴직을 하게 되었다.. 말이 휴직이지.. 해고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기분 나쁜 이별을 한 후, 난 나의 길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고민이 길어지면 잡생각이 들 것 같았다.

고민할 시간에 공부를 시작했고, 2020년 4월이었다.

10살 딸, 8살 아들은 아빠의 변화에 놀라는 눈치였고, 방문을 닫고 들어가 두문불출하는 아빠에게 서운함이 컸을 것이다. 난 진짜 다짐을 했다. 이 힘든 과정을 빨리 끝내버리자고. 그래야 아이들에게 떳떳해질 수 있고, 커가는 아이들과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2021년 4월과 6월, 난 생각보다 좋은 점수로 공무원에 합격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2관왕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인터뷰도 하는 호사를 누렸다.


오늘, 2022년 11월 30일.

내가 사회에 발을 들인 지 정확하게 만 18년이 되는 날이다.

여러가지의 변화를 바탕으로 난 지금 공직에 몸을 담고 있다.


내가 했던 직장생활, 사업을 바탕으로 난 많은 무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기에 지금은 누구보다 안정적인 곳에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공무원이 세상 최고의 직업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

하지만, 적어도 이 곳에 모인 사람들은 공무원이 최선의 선택이기에 모여있는 분들이라 생각하며

작은 응원을 보내고자 이 글을 남긴다.


(이 쯤 되면 에듀윌에서 나에게 선물이라도 좀 줘야 하는 것 아닌가?ㅋㅋㅋㅋ)

댓글 /1000
답변 15개
n_1*******님의 답변입니다.
하수 채택 1 2022-12-08 09:51

40대 세자녀를 둔 맘시생입니다.

막상 시작하고 달려가니 한계에 부딪히고 좌절할 때가 많습니다.

글을 통해 큰 힘과 위로를 받습니다. 고맙습니다.

  • hat***** 2022.12.13
    저랑 같으시네요! 그럼에도 끝까지 힘내봅시다! 못하게 뭐가 있겠어요!
jee******님의 답변입니다.
시민 채택 9 2022-12-09 16:19

20대 수험생 많은 위로를 받 고 갑니다

독하게 마음을 먹고 도전을 하신 큰 용기에 감명을 받았어요

앞으로 질문자님은 뭘 해도 잘되실거에요

항상 꽃길만 걸으셨음 좋겠어요

비공개님의 답변입니다.
평민 채택 0 2022-12-07 11:31

같은 40대로서 엄청난 힘을 얻습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 어떤 것 하나 어투로 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오신 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공무원이 최상의 직장이란 장담은 못하지만 일단 현재 목표로 여기에 있기에 저또한 열심히 해보렵니다.


님의 글에 정말 힘 팍팍 얻어갑니다.

익명의 편암함님의 답변입니다.
채택 648 2022-12-04 23:24
지식서포터즈

진짜 대단하시다는 말만 안나오네요 아빠가 되면 그렇게 공부 할수 있나요?

비비고님의 답변입니다.
채택 201 2022-12-04 23:12
합격자

2관왕 정말 대단하시네요...!

호빵맨님의 답변입니다.
영웅 채택 319 2022-12-04 16:20
합격자

고생 많으셨습니다! ㅎㅎ 저도 응원 보냅니다~!!^^

KnightKei님의 답변입니다.
채택 1578 2022-12-04 11:08
합격자

많은 경험을 하셨네요

고생많으셨어요

샤인머스켓님의 답변입니다.
초인 채택 235 2022-12-02 20:37

긴글이었지만 너무 빨려들듯 순식간에 읽혀지네요 ㅎㅎ

축하드립니다-!

영앤리치님의 답변입니다.
채택 1656 2022-12-02 12:41

와..ㅜ 완전 감동이에요ㅜ 이거 책으로 내셔도 되겠어요!


아이들이 정말 존경스러워할겁니다


이제 꽃길만 걸으세욤!!

swe**********님의 답변입니다.
채택 35 2022-12-01 15:48
월간 Top10

ㅋㅋㅋ

와~ 하면서 읽었는데 , 웃음이 빵 떠졌습니다.

눈에 보이는 선물이 최고지요.ㅎㅎㅎ

늦은나이로 공부하면서 힘들었는데 이렇게 웃음으로 힘을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비공개님의 답변입니다.
영웅 채택 25 2022-12-01 15:06

와~ 대단하십니다!

저도 내년에 꼭 합격하고 싶어요!

Parfait님의 답변입니다.
채택 5265 2022-12-01 12:12
지식서포터즈 / 합격자

와... 저는 2년 동안 정신 못 차리고 헤메다가 간신히 합격했는데...

글을 보니 여러모로 만감이 교차하네요.

점심 먹으면서 보다가 동료가 뭐 보는데 표정이 그렇냐고...ㅎㅎ

해피바이러스님의 답변입니다.
채택 2172 2022-11-30 18:14
지식서포터즈 / 합격자

영화를 한 편 본 느낌입니다.

정말 감동적인 사연 같아요.

오늘도 님의 꿈을 위해서 화이팅 하세요.

비공개님의 답변입니다.
채택 3666 2022-11-30 17:35
지식서포터즈

ㅋㅋ 감탄하며 잘읽어 내려가다.


에듀윌 선물 에서 빵 터졌습니다.


이미 선물보다 좋은 2관왕 이시고 예쁜딸들에게 멋진아빠니 더 바랄게 없을듯 합니다.


다음에는 어떻게 공부하셨는지 꼭 올려주세요.


행복하세요.


Judy님의 답변입니다.
초인 채택 278 2022-11-30 17:20
합격자

늦은 나이에 수험 시작햐 분들께

힘이 되는 합격수기가 되실겁니다 :)


저는 늦은 나이?도 어린 나이?도 아닌 중간 어느지점이지만 회사생활과 비교했을때 공무원의 장단점은 각각 있지만 지금 공직생활이 마음은 좀 더 편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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